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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근시, 시력 저하로 끝나지 않는다… "방치하면 망막·시신경 손상"
대한안과학회의 '2025 눈의 날 팩트시트'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시력 이상을 보이는 청소년 비율은 57%로, 30년 전 25%에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근시 비율도 꾸준히 높아져 근시가 훨씬 이른 시기부터 시작되고, 고도근시로 진행되는 속도 역시 빨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스마트폰·컴퓨터 사용 증가, 온라인 학습 확대, 실내 중심의 생활 패턴 등이 이러한 변화의 주된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문제는 근시가 단순한 '시력 저하'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안과 전문의 이종호 원장(서울밝은세상안과의원)은 "근시는 그 자체로 여러 안질환의 출발점이 될 수 있어 성장기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청소년 근시가 급증하는 이유
최근 조사에 따르면 청소년의 시력 이상 비율은 약 57%로, 학년이 올라갈수록 비율은 더 높아져 고등학생은 70% 이상이 시력 이상군에 속한다. 청소년 근시는 복합적 원인에 의해 발생한다. 디지털 기기 사용 증가로 인해 눈을 가까운 거리에서 오랫동안 사용하는 시간이 늘었고, 코로나 이후 온라인 학습이 확대되면서 컴퓨터·태블릿 사용이 일상화됐다. 여기에 스마트폰 사용 습관이 겹치며 모양체근이 장시간 긴장된 상태로 유지되고, 이 반복이 근시를 촉진한다.
야외 활동 부족 역시 큰 요인이다. 실내 조도는 눈의 도파민 분비를 촉진하기에 부족해 안구 성장을 더 쉽게 유발한다. 자연광 아래에서 먼 거리를 바라보는 활동은 근시 진행을 억제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현재 청소년의 야외 활동 시간은 과거보다 현저히 줄어든 상황이다. 유전적 영향도 존재한다. 부모 모두 근시인 경우 자녀가 조기에 근시가 시작될 가능성이 높고, 고도근시로 진행될 위험도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최근 30년간 급격히 증가한 근시율은 유전만으로 설명할 수 없으며 생활 환경 변화의 영향이 매우 크다.
성장기 근시 '각종 안질환의 원인'
성장기에는 신체가 커지면서 안구 길이(안축장)도 함께 늘어난다. 이 과정에서 안구가 정상보다 길게 자라면 근시가 빠르게 진행되고, 이후 고도근시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이종호 원장은 "성장기 눈은 탄성이 높고 외부 자극에 민감해 근시가 쉽게 생기며, 한 번 진행되면 속도가 매우 빠르다"며 "이 시기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성인 이후까지 평생 시력 문제를 안고 갈 수 있다"고 설명한다.
고도근시(-6디옵터 이상)로 진행되면 위험은 더 커진다. 안구가 과도하게 길어지면서 망막·맥락막·공막이 얇아지고 구조적으로 약해져 작은 충격에도 망막이 찢어지거나 떨어지는 망막박리, 중심 시력을 떨어뜨리는 근시성 황반변성, 일반인보다 2~3배 높은 위험의 녹내장 등이 쉽게 발생한다. 따라서 고도근시는 단순히 도수가 높아지는 문제가 아니라, 안구 조직이 약해지면서 여러 안질환이 생기기 쉬운 '위험한 상태'로 이해해야 한다.
증상 맞춤 치료, 근시 진행 속도 늦출 수 있어
근시가 이미 시작된 경우에도 적절한 치료를 통해 진행 속도를 충분히 늦출 수 있다. 기본이 되는 원칙은 정확한 안경 처방이다. 조절마비검사를 통해 가성근시 여부를 확인한 뒤, 실제 굴절 상태에 맞는 도수로 안경을 맞추면 시력 발달을 돕고 눈의 피로를 줄일 수 있다. 부정확한 도수는 오히려 조절근의 긴장을 증가시켜 근시 진행을 촉진할 수 있다. 이종호 원장은 "근시 치료의 출발점은 정확한 도수 확인이다. 성장기에는 눈의 변화가 빠르기 때문에 정기적인 검사를 통해 도수를 바로잡는 과정이 필수적"이라고 조언한다.
기본적인 시력 교정 후에는 근시 진행 억제 치료를 추가할 수 있다. 대표적인 방법이 드림렌즈(각막굴절교정렌즈)이다. 수면 중 착용해 각막 형태를 조절하는 방식으로, 아침에 렌즈를 제거하면 낮 동안 안경 없이 생활할 수 있다. 성장기 아이들의 안축장 증가를 억제하는 효과가 보고돼 있지만, 하드렌즈 특성상 초기 적응과 위생 관리가 중요하다. 드림렌즈 사용이 어려운 경우에는 마이사이트 같은 일회용 소프트렌즈가 대안이 될 수 있다. 착용감이 부드러워 적응이 쉽고, 시력교정과 근시 억제 효과를 동시에 기대할 수 있다.
또한 저농도 아트로핀 점안은 안구 길이가 과도하게 늘어나는 것을 늦추는 효과가 입증돼 성장기 근시 관리에 널리 활용된다. 근시 도수를 되돌리는 치료는 아니지만, 진행 속도를 완만하게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종호 원장은 "치료법마다 장단점이 다르기 때문에 아이의 연령과 생활습관, 눈 상태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선택해야 한다"며 "여러 치료를 동시에 시도하기보다 아이에게 가장 적합한 한 가지 방법을 꾸준히 적용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고 말했다.
근시를 악화시키는 생활습관
근시 진행을 막기 위해서는 치료만큼이나 생활습관 교정이 중요하다. 이종호 원장은 "누워서 화면을 보거나, 밝기가 낮은 환경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습관은 조절근에 큰 부담을 주어 근시 진행을 더 빠르게 만든다"며 "부모가 아이의 자세와 사용 환경을 세심하게 조절해 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한다. 특히 다음과 같은 습관은 근시 악화를 가속할 수 있어 반드시 교정해야 한다.
[근시 악화 습관 5]
1. 스마트폰·책을 20~30cm 이내로 너무 가까이 보는 습관
2. 어두운 조명에서 스마트폰이나 모니터를 사용하는 습관
3. 누워서 스마트폰·태블릿pc를 사용하는 습관
4. 휴식 없이 장시간 근거리 작업을 지속하는 습관
5. 수면 부족으로 눈의 회복 시간이 줄어드는 생활 패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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