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 여자 환자가 일 년 전부터 물체가 둘로 보이는 복시 증상으로 내원하였습니다. 복시로 인해서 집중이 어렵고 글을 보면 두통이 동반된다고 하였습니다. 대학병원에서 수개월에 걸쳐서 mri 등 복시에 대한 여러 가지 검사를 했지만 뚜렷한 원인을 찾지 못했습니다. 안구운동근육의 장애는 뇌종양, 뇌졸중, 당뇨와 고혈압에 의한 미세혈관장애, 외상, 갑상선병증 등 다양한 원인으로 올 수 있는데요. 이 환자처럼 원인을 찾을 수 없는 경우도 흔합니다. 

눈은 네 개의 곧은근(눈알의 앞뒤에 걸쳐있는 근육)과 두 개의 빗근(눈알을 가로지르는 근육)등 모두 6개의 근육에 의해서 상하, 좌우, 회전(시계방향/반시계방향) 운동을 합니다. 이러한 안구운동은 두 눈이 같은 방향으로 일어나는데 마비 등 기능 이상이 오면 두 눈이 서로 다른 곳을 보게 되어 복시가 나타나는 것입니다. 

이 환자는 물체가 위아래로 기울어져 겹쳐 보이는 복시 증상을 호소하셨는데, 머리를 좌측으로 기울이면 위아래 복시가 줄어든다고 하셨습니다. 추가적인 안구운동 검사를 통해서 특발성 위빗근 마비(superior oblique palsy)로 진단할 수 있었습니다. 

빗근은 몸이나 고개가 기울어졌을 때 올바른 시각 정보를 받을 수 있게 안구를 반대 방향으로 회전시키는 근육입니다. 위빗근은 눈을 코 쪽으로 회전시키고 아래빗근은 귀 쪽으로 회전시킵니다. 위빗근 마비가 오면 아래빗근만 힘을 쓰기 때문에 눈알이 귀 쪽으로 회전하는데요. 머리를 마비가 없는 쪽으로 기울이면 눈알이 똑바로 되면서 복시가 완화됩니다. 이 환자처럼 머리를 기울임으로써 회전사시를 줄일 수 있습니다. 곧은근의 마비는 한쪽 검은 자가 위로 올라가거나 코나 귀 쪽으로 비뚤어지기 때문에 쉽게 진단이 가능하지만 빗근의 마비는 회전 사시여서 외관상 잘 표가 나지 않는데요. 실제 환자를 볼 때 고개(머리)기울임 증상이 위빗근 마비의 단초를 제공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눈을 움직이는 여섯 쌍의 근육은 우리 몸의 어떤 근육보다 노화나 퇴행성 근육질환, 신경질환 등에서 가장 마지막까지 기능을 하는 근육으로 유명합니다. 전신이 마비된 영화 주인공이 마지막까지 눈동자만 움직이면서 의사소통을 하는 것도 이러한 안구운동근육의 특징 때문인데요. 우리 몸에서 가장 작지만, 가장 강하다고 할 수 있는 근육이 바로 눈을 움직이는 근육입니다. 복시가 나타난다면 이러한 근육에 이상이 온 것은 아닌지 검사가 필요합니다.

글 = 유형곤 원장(한국망막변성협회 회장/하늘안과 망막센터장)
[한국망막변성협회 '유형곤의 시투게더(seetogether, sitogether)' 칼럼]